'아티스트 차재경이 만난 파리지앵 15인'이라는 부제가 붙은 <리얼 파리>는, 파리에 사는 파리지앵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각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삶과 일에 대한 인터뷰, about Paris라는, 파리지앵으로서 바라보는 파리 인터뷰, 그리고 그들이 소개한 파리의 가볼만한 곳 - 레스토랑, 미술관, 공원 등 - 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 구성에서 보다시피 이 책은 여행안내서라고 분류하기엔 독특한 질감을 갖고 있다. 여행안내서는 아니지만, 각각의 사람들이 말하는 파리라는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퍼즐을, 파리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책이랄까. 인터뷰이들 대다수가 예술계열에 종사하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자기확신과 일에 대한 열정이 확고하다. 전문직도 고위층지망도 아닌 어중간한 문과계로서는 일찍이 길을 발견하고 따라가는 자기확신이 부럽기도 하고, 전염되기도 한다. 어딘가에 있을 나의 길로 들어서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끼게도 한다. 그런 면에서는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감도 있다.
여행을 갈 때는 관심이 있거나 호기심이 이는 곳을 가야 한다. 여행이란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간다. 아무 관심도 흥미도 없는 곳을 유명하다고 가봐야 아무런 인상도 기억도 남지 않는다. 사진과 사진, 박물관과 박물관 사이로 경주해봐야 소용없다. 특정 문화를 며칠 안에 다 체험할 수도 없고, 비슷비슷한 삶의 일상 사이에서 다른 점을 건져내기도 쉽진 않다. 그러나 교통시스템을 이용해보고, 뒷골목과 대로변, 현지인들이 많은 음식점, 상점 등을 돌아보면서 그 삶의 편린이라도 건져 그 안에서 다른 사고와 다른 체계를 느껴보려고 가는 게 여행이다. 여행안내서의 지도, 교통편 소개, 각종 정보들이 소용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렇게 하면 하루만에 파리명소 다 본다', '여기서는 꼭 사진 찍기', '싸고 빠른 패스트푸드점/음식점 소개' 위주의 여행정보서는 진정한 '여행'정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리얼파리>의 총천연색 사진, 현지인 인터뷰에 담긴 삶의 열정이 더 즐거웠다. 그런 열정과 삶을 들여다보니, 내가 파리에 가서 무엇을 봐야할지, 무엇을 보고 싶은지 가슴에 담게 됐다.
나는 파리에 이래저래 두번 정도는 가보았지만, 항상 마지막 기착지였던 까닭에 제대로 둘러본 적이 별로 없었다. 더구나 당시에는 파리에 대한 인상이라는 것도 <베르사이유의 장미> 정도였던 지라 아는 것도 많지 않았고 솔직히, 런던에 비해 관심이 적기도 했다. 그나마도 첫번째 여행 때는 여행 초보라 기념사진과 박물관투어 사이사이의 맥도날드로 달리느라 정신이 없었고, 두번째는 일정이 짧아 딱 점찍은 한두곳만 볼 수 있었다. 그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둘러봤건만 기억에 남은 게 별로 없었다. 베르사이유도 가봤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샹젤리제 거리와 오르셰 미술관, 세느강이었고, 두번째에선 몽마르뜨 언덕과 파리 뒷골목이 인상적이었다. 길치인 나는 언제나 대로(大路) 인생을 살아왔는데, <스노우캣 인 파리>를 보면서 처음으로 컴컴하고 무서운(나에겐) 뒷골목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두번째로 파리를 갔을 때, 미술관 경주엔 염증이 나서 파리의 여유와 음영을 느껴보고 싶었다. 스노우캣의 파리 일상을 부러워했던 것도 있지만. 스노우캣이 소개한 카페 한 곳을 찾아가면서 간신히 대로를 벗어났는데, 길을 잃을까 무서운 것을 만날까 신경이 곤두선 와중에도 대로에선 볼 수 없던 상점들, 미로 같은 골목들, 그에 이어지는 퐁경들, 따라오는 여유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어떤 의미에선 <스노우캣 인 파리>나 <리얼파리>는 비슷한 부류의 책이다. 거주자의 풍격과 현지인의 눈을 통해 본 풍광을 소개해준다는 점에서, 기행문과 에세이의 중간쯤 된달까. 그런 조각들을 줍다보니 파리에 몹시 가고 싶어졌다. 다시 파리에 간다면, 지도 없이 정처없이 뒷골목을 헤매보고, 그러다 다리가 아프면 카페에 들어가 멍하니 사람들을 구경하고, 공원에서 뒹굴며 햇빛을 쐬다가 내키면 미술관에 들어가 그림들을 오래오래 바라보고 싶다. 맛있고 비싼 요리도 먹어보고, 수없이 열린다는 음악회도 가보리라.
여행을 갈 때는 관심이 있거나 호기심이 이는 곳을 가야 한다. 여행이란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간다. 아무 관심도 흥미도 없는 곳을 유명하다고 가봐야 아무런 인상도 기억도 남지 않는다. 사진과 사진, 박물관과 박물관 사이로 경주해봐야 소용없다. 특정 문화를 며칠 안에 다 체험할 수도 없고, 비슷비슷한 삶의 일상 사이에서 다른 점을 건져내기도 쉽진 않다. 그러나 교통시스템을 이용해보고, 뒷골목과 대로변, 현지인들이 많은 음식점, 상점 등을 돌아보면서 그 삶의 편린이라도 건져 그 안에서 다른 사고와 다른 체계를 느껴보려고 가는 게 여행이다. 여행안내서의 지도, 교통편 소개, 각종 정보들이 소용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렇게 하면 하루만에 파리명소 다 본다', '여기서는 꼭 사진 찍기', '싸고 빠른 패스트푸드점/음식점 소개' 위주의 여행정보서는 진정한 '여행'정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리얼파리>의 총천연색 사진, 현지인 인터뷰에 담긴 삶의 열정이 더 즐거웠다. 그런 열정과 삶을 들여다보니, 내가 파리에 가서 무엇을 봐야할지, 무엇을 보고 싶은지 가슴에 담게 됐다.
나는 파리에 이래저래 두번 정도는 가보았지만, 항상 마지막 기착지였던 까닭에 제대로 둘러본 적이 별로 없었다. 더구나 당시에는 파리에 대한 인상이라는 것도 <베르사이유의 장미> 정도였던 지라 아는 것도 많지 않았고 솔직히, 런던에 비해 관심이 적기도 했다. 그나마도 첫번째 여행 때는 여행 초보라 기념사진과 박물관투어 사이사이의 맥도날드로 달리느라 정신이 없었고, 두번째는 일정이 짧아 딱 점찍은 한두곳만 볼 수 있었다. 그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둘러봤건만 기억에 남은 게 별로 없었다. 베르사이유도 가봤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샹젤리제 거리와 오르셰 미술관, 세느강이었고, 두번째에선 몽마르뜨 언덕과 파리 뒷골목이 인상적이었다. 길치인 나는 언제나 대로(大路) 인생을 살아왔는데, <스노우캣 인 파리>를 보면서 처음으로 컴컴하고 무서운(나에겐) 뒷골목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두번째로 파리를 갔을 때, 미술관 경주엔 염증이 나서 파리의 여유와 음영을 느껴보고 싶었다. 스노우캣의 파리 일상을 부러워했던 것도 있지만. 스노우캣이 소개한 카페 한 곳을 찾아가면서 간신히 대로를 벗어났는데, 길을 잃을까 무서운 것을 만날까 신경이 곤두선 와중에도 대로에선 볼 수 없던 상점들, 미로 같은 골목들, 그에 이어지는 퐁경들, 따라오는 여유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어떤 의미에선 <스노우캣 인 파리>나 <리얼파리>는 비슷한 부류의 책이다. 거주자의 풍격과 현지인의 눈을 통해 본 풍광을 소개해준다는 점에서, 기행문과 에세이의 중간쯤 된달까. 그런 조각들을 줍다보니 파리에 몹시 가고 싶어졌다. 다시 파리에 간다면, 지도 없이 정처없이 뒷골목을 헤매보고, 그러다 다리가 아프면 카페에 들어가 멍하니 사람들을 구경하고, 공원에서 뒹굴며 햇빛을 쐬다가 내키면 미술관에 들어가 그림들을 오래오래 바라보고 싶다. 맛있고 비싼 요리도 먹어보고, 수없이 열린다는 음악회도 가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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