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러니까, 나의 소비패턴은 이런 식이다.
라끄베르에서 연아라인인 아이스키스 주얼박스가 나왔단 말을 듣고 지름을 결심했다. 그랑프리 1호랑 2호가 있는데 퍼플 계열 말고 브라운 계열 질러야지, 립스틱은 발라봐야겠지만 연아 바이올렛 지르고 괜찮으면 연아 로즈도 질러볼까 이렇게 맘 먹고 x마트 개장 하자마자 졸래졸래 갔더랬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판매원도 자리에 없고. 혼자서 매장을 둘레둘레 돌다 주얼박스 발견. ...옆판매원에게 연아 주얼박스를 찾아달라고 하는데 어찌나 부끄럽던지. 역시 난 내놓고 팬질할 타입은 못됨. 아무튼 혼자 주얼박스를 발견하고, 한정판이라는데 당당히 매대에 있네? 하면서 아이섀도우를 발색해봤다.
음...색이...얼마 전 지른 보브의 칼라쏭 쉬즈골든베이지/돌스브라운과 비슷해뵌다?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발색한 시점에서 비슷하단 생각이 들자 지름신은 저 멀리로 날아갔다. 연아 립틱도 안 들어왔어. 그냥 조용히 물러나왔다.
2.
교보문고에 들렀다. 딱히 무슨 책을 사겠단 생각은 없었는데, 돌아다니다 외서 코너에서 '니콜라' 시리즈 양장본을 발견하고 한권 집어든다(와, 겁나게 비싸다. 그넘의 환율! 그러나 꼬여드는 양장본의 유혹+영어공부해야지 하는 의지박약의 꼬드김. 니콜라 시리즈는 그닥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여행코너에선 빌브라이슨의 <발칙한 영국산책> 앞챕터를 보고 낄낄대다 집어든다. 영국의 지명 얘기 정말 와닿았음. 유럽편에선 파리 얘길 보고 폭소했는데, 두 권 다 지르기는 좀 그래서 일단 익숙한 영국 쪽부터 읽어보고 확장하기로 결정. 다른 책들 중 지르고 싶은 걸 눈도장 고루 찍어준 후 두 권을 계산한다. 두권 액수가 주얼박스 금액과 비슷하다.(각종 적립금 및 할인금 다 사용해서...)
3.
지른다고는 해도 대강의 예산이랄까, 가이드라인은 있고 그걸 심하게 넘어가며 지르는 적은 없다. 어디까지나, 가용예산 범위 안에서. 화장품이든 책이든 CD든 DVD든 간에 중복구매란 없다. 태지 환님 팬질할 때도 씨디 3장 구매 따윈 남의 나라 얘기였음. 어디까지나 한장, 끝. 그나마 태지 리마스터링 앨범(15주년 기념인가 그랬던거)이 전 앨범 다 소장하고 있는데도 지른 유일한 물품이었을 거다. 그 외에는 패키지가 달라지든 코멘트가 덧붙었든 양장본이 나오든 초판이든 간에 별 관심 없음. 화장품도 갖고 있는 색이라거나, 기능이 비슷하다고 느낀 순간 목록에서 제외된다. 그렇다고 금액이 남느냐? 그건 아니고. 못 지른 금액은 다른 품목(대개는 도서)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책이란 아무리 가져도 부족하고 아무리 읽어도 부족하다는 내츄럴본책벌레. 게다가 콜렉터, 안 읽은 책이 아무리 많이 쌓여나가도 새로운 책에 욕심이 그득그득하다.
4.
집에 와서는 만화 몇권과 같이 지를, 아까 찍어놨던 몇권의 도서 인터넷 쇼핑 중. 디킨즈에 꽂혀서 물색 중인데 - 난 영국문학광, 빅토리아 시대광 - 어떤 책이 번역이 좋을까 고민하다보면 갑자기 짜증이 몰려오면서 원서 질러버려??? 하는 충동이 인다. 그러나, 내 영문 독서속도는 한글 독서속도에 현저히 못 미친다. 중요정보만 집어내는 경우가 많은 논문이야 대략적인 구조만 파악하면 대충 집어내서 그나마 속도가 좀 되는 편이다. 한글 논문들은 대개 한자어나 중복된 부분들이 있어 속도가 떨어지다보니 차이가 아주 크지는 않다, 정도? 그러나 영문논문은 문장, 단어 하나하나를 세심히 읽지 않으면 오독/오인하는 경우가 많아 대충 집어낸 후엔 그 부분을 다시 잘게 쪼개어 읽어봐야 한다. 고로 '정독' 기준이면 논문도 그리 빠르지는 않음. 반면 표현 하나하나를 음미해야 하는데다 속어 비중도 높은 소설류의 경우 영문 속독 능력이 바닥 수준이다. 처음 영국 건너가 해리포터 5권(...6권이었던가...?)을 읽을 때는 거진 열흘은 걸린 것 같다. 7편은 속독 수준으로 해치워서 2,3일로 줄었지만, 그건 내용 파악에 마음에 앞서 마구 달려나간 경우고. 어지간한 한국소설은 10권 이상도 하루에 해치우는 능력 - 후천적 속독능력 - 을 가진 인간이라, 뒤떨어지는 영문 독서속도에 본인 스스로 짜증을 내며 나가떨어지는 일이 많다. 차라리 국어 해독속도도 느리면 모르겠는데, 이쪽은 맘 먹고 속독하면 몇십초에 한장 읽는 것도 가능하다보니. 그런 한계를 뻔히 알고 있으니, 잠시 공상하던 영어원서의 꿈은 고이 접어지고, 다시 번역서 뭐가 좋은지 리뷰를 뚫어~져라~ 검색하며 살핀다. 주제에 번역 덜컹거리는 책은 못 읽어서. 제대로 된 한국어 문장을 구사하는 것도 아니면서 읽는 거에만 까다로워서는, 읽다가 걸리는 부분이 많은 한글 책들은 그대로 쳐박히는 경우도 많다. 번역이 어려운 작업이라는 건 일하면서 관련 서류들 번역해보면서 많이 느꼈지만, 그건 그거고, 만족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고. 다시 디킨즈로 돌아간다. 어디 출판사가 젤 나을까나. (어린이용은 완전 제외. 청소년용 필요없음)
5.
그런데 왜 영어로 읽은 텍스트도 한국어로 기억이 될까? 해리포터 후반 시리즈만 더듬어봐도, 그 책은 영어로 읽어 온전히 영어로만 입력된 책이다. 그런데 거기에 나왔던 영어 표현, 단어 따위 하나도 생각이 안 나고, 줄거리고 뭐고 한글 - 그것도 줄거리 요약본 마냥 압축되고 뭉그러뜨린 한국어로 기억하고 있다. 한국어 책들은 쭉 읽어내려도 구절 몇몇은 상세히 기억나는데. 이것 역시 정보처리속도의 차이일까? 갈수록 길이 멀지 싶다. 멋드러지게 영어 몇구절쯤 기억하고, 생각하고, 읊어내리고 싶은데. 음, 영시도 읽어보고 싶은데 시는 한국어로도 취향이 아니라서(압축과 은유의 묘미를 무시해주고 길게 자세하게 설명해대는 문장과 감각의 소유자인 거다) 영시가 가능할까 모르겠다. 게다가 한글로 번역된 영시는, 어째 우리나라랑 감각이 다른 느낌. 번역시라 더 그런지도 모르나...
6.
미셀 투르니에와 알랭 드 보통을 시도해볼랬는데, 둘다 몇장 읽지 않아 소화불량에 걸린 양 더부룩하다. 나에겐 과도하게 많은 철학과, 사유와, 이미지와, 문장과, 단어를 한꺼번에 던져주는 느낌. 지금 이 포스팅처럼 번호 등으로 짧게 짧게 나눈 단락들도 그렇고. 뭔가, 끊임이 많되 사이사이 많은 걸 침묵 속에 던져둔 느낌이라 진도가 잘 나가는 작가들이 아니다. 프랑스 작가라 그런건지, 골라든 두 사람 스타일이 그런 건지.
7.
최근 가장 편하게 해치운 건 <궁녀>, <관아로 본 조선시대 생활사>, <조선국왕의 일생>, <조선공주실록>, <도서관 고양이 듀이>, 오스틴 여사의 명작들 정도인 것 같다. 소설은 버겁다면서 남들은 고리타분하다는 역사, 그것도 생활사를 우적우적 잘도 씹어먹는 건 정말로 취향 문제인지...현실이 버거워지면서 <나쁜 사마리아인들><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는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저건 읽다가 분명 우울해져서 땅 팔 것 같거든. <밥벌이의 지겨움>을 몇장 읽고는 김훈 문체가 취향이 아님을 깨달았다. 만연체도 싫지만 단문체도 딱딱해. <밥벌이의 지겨움>은 그 제목 때문에 골라든 책이다. 밥벌이, 정말 지겨운 일이거든. 끈덕지기도 하고. <명심보감>은 어렸을 때 봤던 만화 명심보감이 젤 재미있었는데. <당신 인생의 이야기> 중 두어편은 부족한 과학상식 덕에 이야기를 쫓아가다 헥헥거린다. 무시하고 읽어도 좋으련만 놓쳐버리는 건 또 마음에 안 들어서. 서점에서도 과학, 종교, 수학, 수험 섹션은 시크하게 통과해버리는 게다. 그리고 대개는 경제/경영, 자기개발, 연애 섹션도 쿨하게 무시당한다. 아, 이렇게나 치우친 글 읽기라니. 조선시대의 책벌레 선비들이 안다면 근본없는 독서라고 호통칠 것만 같다.
8.
영문과 친구가 오스틴 여사, 세익스피어옹, 디킨즈경이라면 경기를 일으켰는데. 예전에도 디킨즈 바람이 한번 불었는데 강하게 말려서 고작 <올리버 트위스트> 하나 지르고 끝났지. 셰익스피어옹은 원서로 좀 읽어보니 그 진저리에 처절히 동조했다. 이건 뭐, 이게 영어인지 라틴어인지 뭔지 알 수가 없는 수준. 그거 딱 몇줄 읽고 나면 오스틴 여사의 점잔 빼는 문장은 수려하게 읽힐 정도. 그러고보니 저 수북히 쌓인 책장 끝 어디엔가는 읽다가 만 <폼페이 최후의 날>이랑, <삼총사>랑, <걸리버 여행기>가 잠들어 있다는 기억이 희미하게...만약 사놓고 안 읽은 책들이 내 위에 쌓인다면 난 압사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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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넬 2009/11/08 03:36 Modify/Delete Reply Address
저랑 지름 양상은 미묘하게 다르시네요. 전 하나에 꽂히면 그와 관련된건 뭐든지 다 손에 넣어야하는데;;(투철한 컬렉터 정신) 아마 저라면 제가 쓰던 안쓰던 일단 연아의 이름이 언급되었단 사실 하나만으로 주얼박스를 사고 립스틱은 예약 걸어놓고 왔을꺼에요. 일례로 백작 카인 시리즈에 한참 꽂혔을 때는 한국어판, 일본판 다 끌어모으고 신의 아이 나오면서 예전꺼까지 재판되길래(표지가 다르지 뭐에요!!) 이미 가지고 있는거 또 샀는데... 물론 신의 아이 원서도 함께 구비했죠-_- 연재하던 잡지에서 응모권 두개 모으면 전프레로 드라마CD (비매품←이게 중요함) 준다길래 강변 테크노마트까지 기어가서(예전엔 여기가 만화책 원서의 메카였죠ㅋ) 잡지사고 응모 대행비 물어가면서까지 전프레 응모해서 결국 구했죠. (그런데 정작 CD는 들어 본적 없음 아놔;;)
바람의 검심 관련해서는 일전 포스팅에 구구절절히 썼으니 더 말할 나위 없겠죠;; 그래도 바람의 검심 원서나 양장본 새로 나왔을 때 안산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켄신은 권수가 워낙 많아서 가격이 넘 압박이라 포기했거든요. 근데 GREEN 같은건 4권 밖에 안되길래 일본 여행갔을때 가벼운 마음으로 원서 집어들고 왔어요. 펴보지도 않을꺼면서!! 제가 정말 미쳤었나봐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매니아가 아니라 그저 오타쿠ㅠㅠ 가요는 안듣고 애니 노래나 듣고 말이죠. 덕분에 일본어는 좀 늘었으니 다행인가...라기엔 그나마도 이제는 다 까먹었긔. orz
아...생각할수록 고등학교 때 친구를 제대로 사귈 수 있었다는게 진심 감사하네요. 학교에선 나름 일반인 코스프레가 잘 먹혔었던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안그랬음...상상만해도 후덜덜ㅠㅠ 공부는 좀 잘하지만 약간 이상한 일빠+찐따-_-로 낙인찍혔을지도 모르...;;; 옆반에 그런 친구가 정말 있었거든요. 맨날 연습장이나 교과서에 그림 끼적이고 일본 애니송 들으면서 따라부르고 만화에나 나올법한 행동을 일상 생활에서도 하고 다니는;; 애들이 그 친구 공부는 잘하는데 좀 사이코 같다고 뒤에서 수근수근. 얘들아, 니들과 같이 그 친구 이상하다고 비웃었지만 나도 사실 뒤에서는...내숭떨어서 미안. 하지만 나의 미래를 위해선 그게 현명했던 것 같아 ㅠㅠ 전 학교에선 만화 그리는 척도 안했어요. 가끔 집에서 혼자 그리고 놀다가 무지 잘 그려진거 있음 그런거나 가끔 보여주고...애들이 너도 그림 그렸었냐고 놀라고 이정도? 위대한 일코 정신이 저를 남들에게 일반인 여자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어 주었네요ㅋㅋ
화제를 급전환하자면,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최고라는 찬사에 귀 얇은 저도 덥썩 샀는데 별로 재미가 없어서 안봐지더라고요. SF나 장르소설쪽으로 독서폭을 넒히고 싶으시면 몇 권 추천해드릴게요. 제가 한때 또 장르소설에 빠져서 많이 끌어모았지 말입니다?ㅋㅋ (이미 읽고계시다면 민망하지만, 장르소설 관련 화제는 꺼내신 적이 없는 듯 하여~) 장르소설이라는 카테고리의 구분이 모호하던 초기의 출판 서적 한정이긴 하지만요. 요즘은 장르소설류가 인기를 끌면서 너도 나도 출판을 남발하고 있어서 예전 같은 컬렉터 정신이 발휘되질 않네요. 절판된 어슐러 르긘의 책이 그렇게 좋다길래 구할려고 생쑈하다가 못사서 결국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읽었던 기억이 생생한데(하지만 내 취향 아니었긔;;) 몇년 뒤에 멀끔하게 새 장정으로 나오더라고요. 이러면 또 흥미가 식는게 인지상정. 왠지 "한정"이라던지 "절판"이라는 단어는 컬렉터의 피를 끓게 만듭니다-_-;;
헉;; 쓰다보니 난 또 이 새벽에 남의 집 댓글 창에 포스팅을 새로 하나 하고 있을 뿐이고;; 심지어 그 내용은 과거의 흑역사 간증 2탄이고... (1탄은 지난번의 댓글ㅋㅋ) 암튼 이래저래 지이님 글만 보면 저도 할 말이 많아집니다. 근데 티캐디 포스팅 왜 안하세요 며칠째 기다리는 중인데!! 아니 실은 만화책 감상을 더 기다린다능. 같이 하악(..)거리고 싶어요ㅠㅠ
덧)
참 일전에 제가 소개해드린 그 중고장터를 이용하는 또 다른 친구 말이...은영전 왜 버리셨냐고...중고서적 중 완전 잘나가는 품목이라고...그건 없어서 못구한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버리신거 너무너무 아깝ㅠㅠ
지이 2009/11/09 02:57 Modify/Delete Address
저도 처음엔 다 지를 생각으로 갔는데...저도 모르게 내려놓고 있더라고요. 저는 예를 들면 강경옥에 꽂혔다, 그러면 강경옥 작품을 어떻든 다 구비해야 하지만 이미 갖고 있던 작품들이 새로 애장판이니 뭐니 나온다고 해도 내용이 대폭 달라진 거 아니면 안 지르는 유형이에요. 전작을 다 모아 시리즈 구색은 맞춰야 하는 면에서는 콜렉터지만 두번 모으진 않는다는 점에서 진정한 콜렉터는 아닐 지도요.
근데 시넬님...대단하시네요; 일서까지;;; 전 읽질 못하기 때문에 일서는 포기; 일본만화원서 지른 건 우리나라에 안 나오는 작품 한정이에요. 카오루 모리의 빅토리아 시대 가이드라던가, 홍차왕자 외전이라던가 등등. 토노의 치키타 구구는 뒷권을 질러놨더니 앞권부터 재발매가 되어서 그저 눈물이...ㅠㅠ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여전히 고민이라죠;
...저는 아마 그 사이코 소리 뒤에서 들었던 학생이었을 겁니...;; 공부는 잘했지만 집중할 수 없는 수업시간엔 자거나 만화/그림 그렸고 문집에도 만화일러스트 낸 거 있고-_-; 지금도 만화캐릭 같다는 소리 듣고 있고;;; 애니는 안 봤으니 애니노래는 안 불렀지만, 에쵸티에 단체로 열광할 때 혼자 태지 외치고 다니고; 암튼 제 일반인 위장은 실패였어요ㅠㅠ 친구도 몇명 없었; 지금 옛시절을 복기해보면 당시 제가 따 안 당하고 학교 다닌 것도 대단했을지 모른단 생각이 절로; 그땐 지금보다 더 일반인 코스프레따위 생각도 안 하고 자기세계를 홀로 형성해가는 중이었거든요; 아마 무지하게 재수없어 보이는 학생이었을 거에요...;;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저도 얇은 귀 팔락거리며 샀지만 생각보단 안 맞았어요. 뒤에 에피소드 한둘 남았나, 그건 아직 다 못 읽고 있고. 장르소설은 상당히 편식해요. 추리는 그나마 낫지만 SF나 판타지 계열은 첫 몇문단 읽다가 안 땡기면 끝. 어슐러 르귄은 읽어보고 싶긴 한데 그닥 취향이 아닐 듯 하여 망설이고 있고요...반지의 제왕도 영화 때매 간신히 봤지 그리 취향은 아니었거든요(...) 음, '한정' '절판'은 마법의 단어죠-_-; 지를 생각이 없던 것도 지르게 만드는...;;;;
아, 티캐디는 사진 옮겨야 하는데 앓고 어쩌고 하느라 귀찮아서^^; 아직 사진을 못 옮겨서 안 쓰고 있어요. 사진 받아서 다듬어서 올려야죠. 만화는 다른 거 같이 사서 포스팅하려고 대기 중. 그 만화 한권만 달랑 못 사겠어서 다른 책 같이 사려고...실물보러 교보 갔다가 저 지경이 됐(...)
은영전은 몇년 전에 구할 때 저도 엄청 고생해서...내다놓으면 잘 팔릴 거란 생각은 들었어요. 비록 한권 가량 이가 빠져있긴 해도 거의 전권인데다, 제 결벽증 때문에 완전 새책이라. 근데 여기저기 연락 받고 우체국 가서 부치고(<- 이게 결정적;) 어쩌고 할 게 귀찮더라고요=_=; 모사이트에서 내놓으려다 거부당한 다음 피시식 식어서 만사 귀찮아졌달까; 그땐 중고장터 어디가 있는지도 몰라서 내놓을 생각도 못했구요.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밸리로 보낼 걸 싶기도 한데. 암튼 뭐 그런 거죠; 폐품으로 잘 사그러들었거니...해야...ㅠㅠ (아깝긴 매우 아깝지만...크흑!)
흐흐, 늘 말씀드리지만 전 긴 덧글 사랑합니다+_+ 자주 자주 달아주세요!
meliel 2009/11/09 00:09 Modify/Delete Reply Address
4. 착착 감기는 번역서가 참 찾기 힘들어요. 가끔 정말 재밌고 좋은 책인데 번역체가 너무 거슬려서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덮어버릴 땐 눈물이 납니다ㅠㅠ 제가 그렇게까지 문체에 예민한 건 아닌데;; 그 책들은 좀 심했어요.. 그래서 다른 책은 몰라도 영미문학은 번역서를 잘 안 읽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오역이니, 번역체니 하면서 열심히 번역가를 욕하지만, 막상 저한테 하라고 하면 도망칠 것 같아요;;; 가끔 제 글을 제가 할 때도 쩔쩔매는 형편이니;;;
5. 작년부터 시에 관심을 가졌는데, 관심있으시다면 예이츠를 강추합니다!!! 원문도 원문이지만, 어느 능력자께서 번역하셨는지, 예이츠 한역이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아직 안 읽어보셨다면 하늘의 천을 꼭 읽어보시길!! 하늘의 천 외에도 한역이 너무 아름다워서 정작 원문을 읽었을 때 시큰둥해지더라고요;;; 예이츠 외에도 전 포랑 바이런도 정말 좋아졌어요>.< 그리고 영원(한 애증)의 셰익스피어..
6. 투르니에는 산문집을 원어로 읽으려다가 열 장을 채 못 넘기고 덮어버렸고; 보통은 읽어보지도 못 했지만, 말씀대로 "철학과 사유와 이미지와 문장과 단어"를 한꺼번에 던지는 건 현대 프랑스 작가의 특징같아요. 제가 읽어본 작가가 다 남자라서 그렇겠지만, 여운있고 굉장히 시각적인데도 남성적인 느낌이 강한 듯.
지이님 이런 독서/역사 얘기가 너무 좋아요>.< 조선공주실록 제목만 들어도 끌리는데 재미있으셨나요?
지이 2009/11/09 03:11 Modify/Delete Address
저도 번역체엔 엔간히 익숙해져서 딱히 까탈스럽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심하게 거슬리는 것들이 가끔 있더라고요. 번역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번역은 제2의 창작이란 말이 와닿아요. 발번역;한 애들은 나도 하겠다! 싶어 기세등등하지만 제대로 하려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서...쩝;
호오, 예이츠요?+_+ 혹시 역자나 책 제목 등을 알려주실 수 있는지요? 번역 괜찮은 영시 읽어보고 싶어요ㅠㅠ 셰익스피어 소네트도 참 유명한데, 햄릿 몇구절 읽어보고 엄머 뜨거라 대피한 상태라서;
으악, 무려 원문을...; 전 한국어로 읽어보고도 혀를 내둘렀는데; 다른 프랑스어 산문들을 접해볼 때 말씀대로 프랑스 작가 혹은 현대 프랑스어 경향이 아닌가 싶긴 해요. 뭐랄까, 상당히 딱딱하고 남성적이면서 은유적이랄까? 프랑스어 - 하면 여성적이고 우아할 것 같은데 참 의외였어요. 원문 읽으면 어떨까 싶지만, 대체로 원문도 굉장히 적확한 언어라는 평이고.
<조선공주실록>은 꽤 재미있었어요^^ 몇은 아는 얘기지만,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았고요. 공주의 탄생과 성장, 혼인에서 당시 사회적 배경을 고려해 넣어서 재미있게 술술 읽히더라고요. 글쓴분이 왕비실록도 써낸 걸로 아는데, 특징이 소설처럼 시대배경과 가족배경을 바탕으로 인물의 심리와 성격을 추정하고 그려내어 소설처럼 묘사하는 것 같았어요. 다만 뒤에 가계도 안 붙은 게 조오금 마이너스였어요. 다른 비슷한 공주실록에는 왕실 가계도도 나와있는 게 있었는데 이 책은 안 붙어있었거든요. 전 공주/며느리 등 여계를 통해 이어지는 집단혼인 체계랄까, 끼리끼리 혼사라는 것에도 관심이 있어서요. 현대에도 특권계층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만, 대체로 공주 혼처를 보면 그 시대 권력층이나 구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더라고요.
지이 2009/11/11 00:20 Modify/Delete Address
오호+_+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 피천득님이 번역한 셰익스피어 소네트는 이미 질렀습니다^^; 읽어보려고요. 로맨스소설에 보면 여주들이 구혼자들이 눈동자 등을 찬양한 되도 않는 소네트를 가져온다고 짜증내는 장면들이 있는데...제대로 된 소네트라면 그녀들도 홀딱 넘어갔을 것 같아요ㅎㅎ 아...알란 릭맨님의 낭송!!!!!!!+_+ 저도 듣고 싶네요. 바로 넘어갈 듯^^;
제가 추종하는 교님을 비롯, 많은 분들이 르귄빠;라서 도전해볼까...싶다가도 늘, 미묘하게, 제 취향이 아닐 것 같단 생각 때문에 도전이 안 되더라고요. 한번 읽어보긴 해야겠습니다.
시넬 2009/11/11 02:52 Modify/Delete Address
저도 난입하자면ㅋ 제 주변에도 르귄빠(..)가 많아서 추천받은건데요, 재미가 있다 없다를 논하기에 앞서 취향에서 미묘하게 어긋난달까; 제가 지이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끝까지 읽어내기가 쉽지 않으실 듯 합니다. 전 <어둠의 왼손> 앞부분 읽다가 도저히 진도가 안나가서 덮었거든요. <어스시의 마법사>는 팔랑귀 때문에 일단 덥썩 질렀는데 아직도 안읽었..;;
전 개인적으로 로저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를 추천하고 싶네요. 서정적인 SF라고 해야하나, 기계적이고 딱딱한 장르라고 생각했기에 SF를 싫어했는데요 이 책을 계기로 생각이 좀 바뀌었죠. 나름대로 SF 장르임에도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모든 단편이 수작일 순 없지만, 대체로 하이퀄리티;였던 기억이... 내용의 딱히 어디가 좋았다고 꼬집긴 힘들지만, 읽고 난 후의 여운이 마음에 들었던 책이에요.
아, 지금 다른게 생각이 나네요. <제인 에어 납치 사건>과 <다아시경 시리즈> 좋아하실 것 같은데... 이건 이미 읽으셨던가요?? (얘네는 SF랑은 좀 거리가 있는 장르소설) 전 요 두가지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meliel 2009/11/11 04:05 Modify/Delete Address
제가 읽은 번역은 예이츠 전집 역서가 아니라 장영희 선생님의 영미시산책에 실린 번역이었나봐요. 찾는 김에 뒤져보니까 피천득 선생님의 번역도 맛깔나네요. 두 분 다 예이츠의 하늘의 천 (He Wishes for the Clothes of Heaven)을 번역하셨는데, 다른 건 몰라도 이 한 편만큼은 꼭!꼭!꼭! 읽어보세요!!! 정말정말 강추입니다!!! 제 표현력이 부족한 탓이겠지만ㅠㅠㅠㅠ 말도 제대로 안 나오게 아름다워요!!!! 제가 이거 한 편 보고 홀랑 넋이 나가서 영시 리스트 구독까지 하고 있어요...
셰익스피어 소네트는 전설을 넘어 레전드죠... 전 고등학교 때 셰익스피어 수업을 들으면서 그 문장에 학을 뗐어요. 그래도 여태껏 빠순이인 걸 보면 역시 빠와 까는 종이 한 장 차인가봐요;ㅎ 희곡을 떼니 그래도 소네트는 좀 견딜만 한게; 전 130번을 정말 좋아해요! 클리셰를 대놓고 까는데 애정이 흘러넘치고 문장은 어쩜 그리 아름다운지ㅠㅠ 전 못생겼다고 놀려도 좋으니 누가 이런 소네트 한 편 써주면 너무 좋아서 기절할 것 같아요ㅠㅠㅠ 이 애정도엔 알란 릭맨 님의 낭송을 들었기 때문도 있습니다만ㅎㅎㅎ
마지막으로; 윗분과 덧글 나누신 걸 보고. 제가 어슐러 르 귄님을 좀 많이 사랑합니다. 음, 제가 지이님 취향을 꿰뚫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아주 취향이실 것 같진 않아요. 판타지/SF 세계관을 빌려 인류학, 철학, 여성학 얘기를 하는 분인데, 제가 읽은 책 중 기억에 남는 책들은 전체적으로 미묘하게 퍼석거리고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었어요. 작품이 워낙 많으니 정도차가 있고요. 내용도 여운도 참 깊은데, 애정도에 비해 꺅꺅거리면서 불타오르기엔 좀 꺼려지더라고요. 하지만 거장이시니만큼, 읽어보셔서 취향에 맞지 않으시더라도 후회는 않으실 거에요.
meliel 2009/11/11 04:15 Modify/Delete Address
제가 뭘 생각하면서 눌렀는지 예전 댓글을 수정해버려서 순서가 이상하게 되버렸네요;;;; 정말 마지막으로;;; 시넬님이 말씀하신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와 <제인 에어 납치 사건>은 저도 추천합니다! <제인 에어>는 발랄하고 톡톡 튀는 데다 영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책이에요. <전도서> 포함, 제게 젤라즈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무척이나 거슬리는 마초이즘-_-과 그걸 다 상쇄하고 남을 미치도록 아름다운 문장과 쩌는 필력입니다. 역서를 읽어도 감탄이 나오고, 원서를 읽으니 너무 아름다워서 짜증이 나더라고요. 거슬리는데 왜 읽을 수 밖에 없게 잘 쓰냐고ㅠㅠㅠㅠ 라는 심정; <전도서>도 좋지만 <프로스트와 베타>라는 단편도 정말 아름다워요. 전체적인 젤라즈니는 화려한 느낌인데, 이 단편은 잔잔해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프로스트>와 <제인 에어>는 아마 제가 옛날에 얼음집에 리뷰를 했었던 것 같은데...
르 귄님은 원서로 읽어보시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딱히 르 귄님의 문장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 제가 역서를 읽지 않아서 번역 자체에 왈가왈부할 수도 없지만, 번역본은 원문보다 훨씬 건조해서 읽기 힘들 것 같네요.
..여기 단 댓글 다 긁어다가 조금 손질하고 떠들면 포스팅 몇 개 뚝딱 나오겠어요;;; 제가 원래 아는/좋아하는 책 얘기가 나오면 자제를 못해서;;;;;;
시넬 2009/11/11 10:10 Modify/Delete Address
meliel님, 저도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무척 좋아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젤라즈니 적품 전반에 흐르는 마초이즘-_-을 상쇄할 만큼의 아름다운 문장과 쩌는 필력이죠. 전 역서로만 읽었는데, 번역으로도 아름다움이 마구마구 느껴졌더랬죠. 원서의 느낌은 어떨지 제가 영어를 좀 더 잘한다면 읽어볼텐데, 현재 실력으로는 내용 파악 만으로도 허덕일 듯 하여 시도하지 못하겠네요. 저는 <전도서>를 계기로 젤라즈니의 다른 책들을 좀 찾아보다가... <앰버연대기>까지는 괜찮았는데 <딜비쉬>에서 화들짝-_- 놀라고 던져버렸어요. 앰버도 마초스러운 면이 농후하지만 그걸 견뎌낼 만큼 재밌긴 했는데 이건 재미도 별로 없고~ 전도서와 같은 작가의 책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극과 극의 분위기였어요ㅠ
지이 2009/11/11 15:01 Modify/Delete Address
시넬님/음, 르귄은 저도 그럴 것 같아서 안 읽고 있었는데 역시나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다리가 나은 다음 도서관서 일단 맛뵈기를 해보고 질러야겠어요;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라... ...어디서 많이 들은 이름 같은?; 읽어봐야겠슴돠.
제인에어 납치사건은 안 봤구요, 다이시경은 당근 예전에 질러서 고이 잘 모셔두고 있지요. 그거 진짜 취향. ...포스팅을 안 했던가...(뒤적뒤적; 읽은 후 쓰다말고 버린 포스팅이 하도 많아서;;)
meliel님/태터가 댓글 수정하면 날짜가 아예 바뀌더라고요. 댓글정렬순서는 날짜순이니 순서가 바뀐 모양이에요. 괘념치 마세요^^
허어...마초이즘; 무진장 싫어라하는 건데; 제가 알기로 저만큼이나 마초이즘을 싫어하시는 두분이 그걸 상쇄할만큼의 문장과 필력이라 하시니 갑자기 막 궁금해지네요. 흐음+_+
비밀방문자 2009/11/11 22:18 Modify/Delete Reply Ad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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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 2009/11/12 22:07 Modify/Delete Address
아하~ 어쩐지 귀에 익다 했어요^^;;